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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한 이야기 책/끈기

'끈기' (9) - 무스 추적자

by 아리가람 아리가람1 2020. 5. 2.

코요테는 새벽까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고향에 돌아온 후로 에야크와 함께 여기저기 사냥을 다니는 바람에 땔감을 제대로 갖춰 두지 못해 불도 피울 수 없었다. 그날따라 북극의 여름밤이 추웠다. 유난히 바람이 심하게 불어 온몸에 한기가 스몄다. 비록 에야크에게 빌린 무스 가죽이 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 주었지만 따뜻함까지 안겨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코요테가 더욱 잠들지 못한 것은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과 조 지라드의 성공 비결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그는 옷과 비상식량을 챙기고 에야크에게 빌린 총을 집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근처의 숲이라도 산책할 생각이었다. 혹시 곰이 습격할지 모르니 총을 가져가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이 새벽에 토끼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으면 좋겠군."

그는 중얼거리며 숲으로 향했다. 새벽이기는 했지만 세상은 낮처럼 밝았다. 해가 지지 않는 밤, 백야가 5월부터 80일 동안이나 지속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백야 기간의 한가운데에 와 있었다. 그는 숲길을 이리저리 헤매며 무작정 걸었다.

바로 그때였다. 멀리 툰드라 지대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코요테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나무에 몸을 가린 채 조심스레 망원경을 집어 살펴보았다. 늑대였다. 늑대가 잰걸음으로 툰드라 지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음······."

코요테의 입에서 신음이 작게 흘러 나왔다. 늑대가 있다는 것은 순록이나 무스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늑대는 겨울에 무리 지어 사냥을 하지만, 여름에는 홀로 사냥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짝인 암컷이 새끼를 배고 있거나, 새끼를 돌보아야 할 때에는 수컷 늑대 혼자 사냥하기도 했다. 코요테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즉시 망원경을 다른 곳으로 도려 보았다. 늑대가 있는 자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무스 한 마리가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무스다!"

무스는 말코손바닥사슴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그 넓고 큰 뿔이 코요테의 시야에 들어왔다. 말보다 덩치가 더 큰 사슴이 바로 부스였다. 무스의 사촌 격인 순록과는 비교도 안 되게 몸집이 커서 무스 한 마리를 사냥하면 꽤 오랫동안 배고픔을 몰아낼 수 있었다. 그건 늑대도 마찬가지였다. 무스 한 마리를 잡을 수만 있다면 늑대도 먹이 걱정 없이 한동안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늑대가 저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무스를 사냥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늑대가 무스를 사냥할 때에는 보통 몇 마리가 함께 힘을 모은다. 늑대는 혼자 사냥할 때에는 토끼같이 제 덩치에 맞는 사냥감을 쫓는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늑대는 오직 홀로 무스를 쫓고 있었다. 늑대는 사연이 있어 보였고, 코요테는 그런 사연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흠, 짐작한 대로군."

사실 코요테는 늑대 여러 마리가 쫓는 큰 순록 무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에는 오직 한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무스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 늑대는 암컷과 새끼에게 먹일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서, 외롭게 나선 수컷 늑대가 틀림없어 보였다. 

코요테는 본능적으로 늑대와 무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늑대와 무스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아마 북쪽으로 가고 있겠지."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무스 무리는 순록과 마찬가지로 모기를 피해 북쪽으로 갔고, 그 무리에서 뒤처진 무스 한 마리가 그들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무스를 늑대가 쫓고 있었다.

"나도 북쪽으로 가야겠군."

이누잇 코요테는 타고난 방향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백야락 해도 어느 쪽이 북쪽인지 본능적으로 알아내었다. 그러나 그는 본능과 상관없이 늑대가 사라진 지평선 방향을 향했다. 그쪽이 북쪽일 가능성이 높았다. 무스를 늑대가 추격하고, 늑대와 무스를 코요테가 추격하는 장면이 여름의 툰드라 위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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