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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한 이야기 책/끈기

'끈기' (11) 늑대 추적자

by 아리가람 아리가람1 2020. 5. 7.

그해 겨울, 코요테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에야크와 마을 사람들의 도움도 거절하였다. 가끔 얼어 죽은 동물의 고기라도 찾아 먹었다.

다시 봄이 찾아 오고, 또 다시 여름이 찾아 왔다. 다행히 지난 해 일어난 유조선 사고가 꽤 수습되어 바다표범을 몇 마리 사냥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누그러진 것을 코요테는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코요테는 고향 마을에 정착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아직 한 가지 부담이 남아 있었다. 로버트에게 꾼 돈을 갚아야 했다. 그 돈을 갚지 못할 것 같으면, 조 지라드의 성공 비결이라도 알아내야만 했다. 그는 늑대를 사냥해서 보상금을 받고, 또 순록을 사냥해서 그 가죽을 마을 사람들에게 팔아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

"에야크, 이번에 같이 사냥을 떠나 볼까?"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코요테가 먼저 순록 사냥을 제안하였다. 

"물론이지. 나는 사실 네가 먼저 사냥 가자고 말하기를 기다렸어."

에야크는 기뻐했고 둘은 다시 사냥에 나섰다. 에야크가 코요테의 사냥 제의에 쉽게 동의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작년에 있었던 유조선 사고로 고래나 바다표범을 몇 마리 잡지 못했는데, 유난히 지난 겨울 날씨마저 추워 순록조차 제대로 사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방에 쓸 기름이나 자동차와 설상차에 넣을 기름을 사려면 에야크 또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들이 트럭을 타고 북쪽으로 가고 있을 때, 멀리서 늑대 울음소리가 났다.

"여기 멈춰 봐."

코요테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에 사로잡혀 서둘러 에야크에게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주문했다. 그는 바로 망원경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 나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나는 쪽을 살펴보았다.

"그놈이다."

"그놈?"

"그래. 작년 여름에 본 그놈."

늑대는 저마다 다른 소리로 울었다. 어떤 늑대는 짧고 굵은 소리를 내고, 어떤 늑대는 길고 가는 소리를 낸다. 코요테는 자신이 본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이다.

"어떤 놈인데?"

"작년 여름에 혼자 무스를 추격하던 놈. 그 녀석은 보통 늑대와 뭔가 달라 보였어. 늑대가 무스를 혼자서 잡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도 그놈은 무스를 추격하고 있었어."

"그래? 그런데 어떻게 그놈인지 알아? 다른 늑대일 수도 있잖아?"

"아니야. 그놈이 맞아. 우는 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어."

코요테는 이렇게 말하고 사방을 다시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늑대는 이번에도 무스를 추격하고 있었다. 그는 망원경을 에야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봐, 저쪽을. 커다란 무스 한 마리가 보이지?"

에야크는 망원경을 들어 코요테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친구의 말 그대로였다. 늑대 따위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이 거대한 몸집을 가진 무스 한 마리가, 지친 기색으로 늑대 쪽을 두려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코요테는 왜 늑대가 작년처럼 홀로 무스를 쫓는지 의아해졌다.

'흠, 저 녀석은 역시 뭔가 달라. 보통 늑대가 아니야. 어쩌면 저 녀석은 가족을 위해서 무스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군. 한번에 많은 고기를 얻으려고.'

코요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에야크가 코요테의 몸을 건드리며 말했다.

"코요테, 우리가 저놈을 잡자."

"그래,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지금은 사정권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

"음, 일단 무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겠군."

그들은 곧 트럭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늑대와 이누잇이 무스 한 마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누잇은 이번 기회에 늑대와 무스를 모두 잡고 싶었다. 늑대를 잡으면 그 털로 장갑을 만들 수 있고, 그 다리를 잘라 관공서에 보내면 보상금도 받을 수 있었다. 또 무스는 훌륭한 식량이 되어 줄 것이다.

이렇게 늑대가 무스를 추격하고, 이누잇이 늑대와 무스를 쫓는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무리에서 떨어진 무스는 무리를 찾아 끝없이 북쪽으로 달렸고, 늑대는 무스를 잡기 위해, 이누잇은 늑대를 잡기 위해 끝없이 북쪽으로 달렸다. 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과, 툰드라를 마음껏 누비는 늑대와 무스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서 이누잇은 곤란을 겪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일단 여기에다 트럭을 세워 두고 가자."

늑대와 무스가 가는 방향이 도로와 일치하지 않아서, 차가 달릴수록 오히려 무스와 늑대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을 이누잇은 뒤늦게 알아챘다. 그들은 일단 트럭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세워 두고 비상식량과 장비를 챙겼다. 그러고는 자신들도 툰드라의 대평원 속으로 점점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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