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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한 이야기 책/끈기

'끈기' (12) - 유혹

by 아리가람 아리가람1 2020. 5. 7.

코요테와 에야크의 추격은 한낮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비상식량을 담은 무거운 배낭이 어깨를 짓눌렀다. 총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차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곰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총을 들고 있었지만 두려웠다. 가장 덩치가 큰 곰들 중 하나인 그리즐리가 우는 소리였다. 북극곰도 그리즐리 앞에서는 작게 보일 정도다. 순록 따위는 그리즐리의 거대한 덩치 앞에서 기겁을 하고 다리가 얼어붙을 것이다. 회색이나 갈색을 띤 그리즐리의 앞발에 차이는 날에는 뼈가 산산조각이 날 것이었다. 게다가 그놈은 평소에 온순하다가도 먹잇감이나 인간의 위협 앞에서 난폭해지기 때문에 동물이고 사람이고 두려워하였다.

코요테와 에야크는 그 곰이 급소를 맞지 않는 한 총 몇 발 정도에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곰의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안도의 숨을 먼저 쉰 것은 에야크였다. 

"휴, 정말 다행이야."

"그러게. 사실 좀 두려웠어."

"난 많이 두려웠거든. 오줌 싸는 줄 알았다니까."

"하하하, 사실 나도 그랬어."

그들은 뛰어난 사냥꾼들이 가끔 그리즐리의 습격을 당해 맥없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즐리는 몸무게가 수백 킬로그램이나 되는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시속 50킬로미터 정도로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발 빠른 사냥꾼이라도 달아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곰은 뛰어난 사냥꾼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코요테와 에야크가 곰의 위협에서 막 벗어났을 무렵, 순록 떼가 무언가에 쫓기듯 달리는 것이 저 멀리 보였다. 에야크와 코요테가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지만, 사정거리 밖이었다. 

"자, 어서 빨리 순록을 쫓아가자!"

에야크가 외쳤다. 그러나 코요테는 총을 밑으로 내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에야크가 재촉했지만, 코요테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저기, 에야크."

"왜?"

"우리가 지금 무얼 쫓고 있는 거지?"

"뭐긴, 사냥감이지."

"그래, 물론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쫓는 사냥감이 뭐냔 말이야. 아니, 처음에 우리가 정한 목표가 뭐였지?"

"처음엔 무스, 그리고 지금은 순록."

"그래, 에야크. 그런데 우리가 지금 순록을 쫓으면 안 될 것 같아."

"왜?"

에야크가 질문하자 코요테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에야크, 나는 작년 이맘때 비슷한 일을 겪었어. 지금처럼 그때도 무스를 쫓고 있었는데, 눈앞에 순록 떼가 나타난 거야. 나는 더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순록을 쫓기 위해 무스를 포기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결국 무스도 순록도 잡지 못했어. 순록을 쫓다가 무스의 흔적을 잃어버렸거든. 또 순록도 사정거리 밖에 있다가 금방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지."

"흠, 그렇구나. 끝까지 무스의 흔적을 쫓아갔다면 사냥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그래, 에야크. 지금 나는 바로 그걸 생각하고 있어. 우리 눈에는 지금 당장 순록을 쫓는 것이 쉬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처음 정한 사냥 목표를 바꾸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 같아."

코요테의 대답을 듣고 에야크도 잠시 서서 생각을 가다듬어 보았다. 사실 전설적인 사냥꾼들이 전해 준 비결을 에야크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사냥감을 도중에 바꾸지 말라"는 말이었다. 

"좋아, 코요테. 어차피 순록도 사정권 밖이니 계속 무스나 쫓지 뭐."

"그래, 고마워. 내 판단을 믿어 줘서."

코요테는 에야크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시애틀에서의 지난 생활을 되돌아보았다.

'만약 그때 슈바르츠라는 딜러에게만 줄기차게 찾아갔다면, 지금쯤 영업 사원으로 활동하고 있을지로 모르겠군. 거절한다고 또 다른 딜러들을 찾아간 것이 잘못이었어. 그러느라 시간과 돈만 허비한 셈이야.'

코요테는 갑자기 이것이 조 지라드의 비밀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단지 목표를 변경하지 않는 것만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판매왕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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