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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한 이야기 책/끈기

'끈기' (14) 급소

by 아리가람 아리가람1 2020. 5. 14.

"이것 봐. 핏자국이야!"

에야크가 외쳤다. 코요테는 얼른 그쪽으로 다가가 핏자국을 살펴보았다.

"흠, 아마 늑대가 무스를 문 것이 아닐까?"

코요테는 피를 만져 보았다. 아직 끈적거리는 것으로 보아서 바로 근처에 무스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언덕을 향해 힘껏 뛰어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언덕 건너편 아래에 무스와 늑대가 보였다. 코요테는 에야크를 향해 엎드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곧 에야크가 바짝 엎드렸고, 코요테도 조용히 엎드렸다. 에야크가 무스를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을 보고 코요테가 총을 가만히 밀쳐 냈다.

"왜 그래?"

에야크가 놀라 속삭이듯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 봐. 늑대가 무스를 어떻게 사냥하는지 지켜보자. 어차피 늑대가 무스를 잡으면 우리 게 되잖아."

코요테가 사격을 막은 이유를 말하자 에야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더욱 바짝 엎드려 늑대와 무스를 지켜보았다.

늑대와 무스는 코요테와 에야크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늑대는 한사코 무스에게 달려들었고, 무스는 늑대를 뿔로 받거나 발로 차려고 애를 썼다. 

"저기 좀 봐. 무스의 정강이 말이야."

코요테가 에야크에게 손짓을 했다. 에야크는 코요테가 가리킨 부분을 살펴보았다. 무스의 정강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흠, 우리가 본 피가 저기에서 흐른 거구나."

"그래. 저 늑대, 꽤 영리한 놈 같아."

"왜?"

"정강이를 물어 두면 무스가 빨리 달릴 수 없잖아. 게다가 피를 계속 흘리다 보면 결국 힘이 빠져 쓰러지게 되는 거야."

"음, 그렇군. 이누잇 최고의 사냥꾼인 나도 모르는 걸 시애틀에서 헤매다 온 코요테가 알고 있구나."

에야크가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건네자, 둘의 긴장이 조금 풀어졌다. 그들은 다시 늑대와 무스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늑대는 무스를 정면에서 공격하지 않았다. 무스가 뿔로 늑대를 받으려 하면 멀리 달아났다가 다시 무스의 뒤를 쫓아가 측면에서 구성하였다. 늑대는 무스에게 몇 번 차일 위기를 당하면서도 결코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때로는 무스의 뒷발 공격에 위협을 받으면서도 끈질기게 상대의 정강이를 노리고 공격했다.

"흠, 아무래도 정강이를 더 물어뜯어 놓을 심사인가 본데?"

에야크가 감탄하며 말하자, 코요테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그런 것 같아. 늑대 혼자서는 결코 저만한 무스를 상대할 수 없겠지. 아무리 무스가 약하거나 병든 놈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러니까 정강이만 공격해서 피를 흘리게 한 다음, 힘이 빠질 때까지 계속 추격하겠다는 거지.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늑대는 한두 차례 더 무스의 정강이를 물어뜯더니, 무스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무스는 안심한 듯 풀밭에 피를 뿌리면서 다시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에야크가 다시 총을 들어 무스를 겨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코요테는 총을 조용히 밀어냈다. 에야크가 놀라 소리쳤다.

"왜 또 그래?"

"쉿, 어차피 무스는 피를 흘려서 오래 걷지도, 빨리 달리지도 못해. 그러지 말고 늑대가 무스를 어떻게 사냥하는지 끝까지 지켜보자. 난 갑자기 저 늑대 녀석에게 관심이 생겼어."

"왜? 늑대를 친구로 삼으려고?"

에야크가 웃으며 총을 집어 들고 일어섰다. 이미 늑대와 무스는 건너편 언덕 너머로 자리를 옮겼는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무스의 핏자국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늑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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