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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 (15) 무스 사냥

by 아리가람 아리가람1 2020. 5. 14.

그들은 언덕을 몇 개나 넘었다. 그사이 툰드라의 초원 지대가 사라졌고,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지대가 나타났다. 무스의 핏자국만 설원 위에 드문드문 선명한 자국을 남겨 놓고 있었다. 그들은 그 자국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바다 같은 툰드라에서 사냥감이 간 방향을 잃으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첨단 장비를 동원해도 광활한 툰드라에서 사냥감의 흔적을 잃지 않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무스의 핏자국이 눈밭 위에 아주 선명해서, 수백 미터 밖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핏자국을 따라 계속 추적했다. 마지막 언덕이라고 직감한 언덕을 넘자 그 너머로 넓은 강이 펼쳐져 있었다. 

"저기 봐!"

무스와 늑대를 먼저 발견한 것은 에야크였다. 그가 가리킨 곳에 무스가 있었다. 강 앞에 가로막힌 무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늑대가 무스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늑대의 집념 어린 눈빛이 느껴지는 듯했다. 다시 한번 에야크와 코요테는 땅에 엎드려 무스와 늑대를 지켜보았다.

늑대가 무스에게 다가가자, 무스는 이번에도 늑대를 뿔로 받아 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늑대는 노련하게 뿔을 필할 뿐 무스에게 달려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끔 무스를 위협할 뿐이었고, 정강이를 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실 정강이를 물 필요도 없었다. 이미 무스는 피를 꽤 많이 흘렸고, 정강이에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기 대문이다.

"흠, 흥미진진한 걸."

코요테가 말했다. 문득 자신에게 여비를 마련해 준 딜러가 생각났다. 이유 없이 갑자기 그가 떠오른 것이다. 코요테는 다시 늑대와 무스에게 집중하기 위해 딜러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부릅뜨고 무스 쪽을 지켜보았다. 바로 그 순간 무스가 강물로 뛰어들었다. 에야크가 그것을 보고 속삭였다. 

"저기 좀 봐. 무스가 강물로 들어갔어."

"그래, 나도 보고 있어."

"그런데 저 녀석,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네."

"아마 강이 두렵겠지. 강물이 시리기 때문에 늑대보다 더 두려울 거야. 상처 난 정강이를 통해 전해지는 강물의 차가움이 무스의 마음을 얼리고 있을 거야."

역시 무스는 정강이 깊이 이상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늑대는 무스를 지켜보다가 아예 강가에 자리 잡고 앉았다. 

"와, 저놈 대단하네. 무스가 강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산이군."

에야크가 감탄하며 말했다. 코요테도 늑대의 기지에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저놈은 뭔가 달라. 보통 늑대가 아냐."

한 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다. 무스는 여전히 강에서 나오지 않았다. 늑대도 그대로 강가에 앉아 있었다. 지루해진 것은 오히려 코요테와 에야크였다. 게다가 움직이지 않고 차가운 눈 위에 누워 있으려니 여감 힘든 게 아니었다. 참지 못한 에야크가 다시 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냥 저놈들에게 총을 쏴서 끝내 버리자."

"아니, 안 돼. 잠깐만. 저 늑대는 보통 녀석이 아냐. 저놈을 죽여서는 안 될 것 같아."

코요테는 자신도 모르게 늑대를 아끼고 있었다. 무엇인지 몰랐지만, 코요테는 늑대에게서 알 수 없는 뭔가를 발견한 듯했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늑대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코요테가 만류해 그들은 다시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무스는 가에서 나오지 않았고, 늑대도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다. 마침내 무스가 몸을 부르를 떨었다. 오한이 온 것이 분명했다. 틀림없이 강물 속에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무스는 더 힘을 낼 수 없었던지, 늑대 쪽으로 다가와 늑대를 겨냥해 뿔로 받아 보려고 했다. 그러나 늑대가 그 뿔을 슬쩍 피했다. 그러자 무스가 힘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마침내 늑대가 승리한 것이다.

"바로 저거였어!"

코요테가 다시 소리쳤다. 그 소리에 늑대도 흠칫 놀라는 듯했다. 그러나 늑대는 코요테 쪽을 한번 보더니 개의치 않는다는 듯 무스를 여기저기 핥기 시작했다. 먹이를 먹기에 앞서 행하는 의식 같았다. 그 의식을 지켜보며 코요테는 지라드의 비밀을 발견했다.

"그래, 바로 저거야!"

다시 코요테가 소리쳤다. 에야크는 영문을 모른 채 코요테를 근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너무 추워서 정신이 잠시 나간 것이 아닌가라고 의아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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