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7

'끈기' (7) - 툰드라 코요테와 에야크는 사냥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에야크의 집에서 가져온 트럭을 이용했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개썰매나 설상차를 이용할 수는 없었다. 눈이 녹은 땅 위를 썰매나 설상차로 갈 수 없어서 여름 사냥에는 트럭이 제격이었다. 그들은 트럭을 타고 먼저 툰드라 지역 이곳저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툰드라 어디에도 순록이나 무스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툰드라는 무릎 높이까지 자란 풀로 가득하고, 광활한 대지 위로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들었다. 순록의 그림자도 비 않았고 늑대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만 툰드라의 고요함을 달래 주고 있을 뿐이었다. 때로 강한 바람 소리가 툰드라의 외로움을 위로했다. "제길, 벌써 떠난 모양이군." 에야크가 내뱉듯이 말했다. 코요테는 그 말.. 2020. 5. 1.
'끈기' (6) - 정착 코요테는 알래스카로 돌아와 어디로 갈까 고민했지만, 할머니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할머니는 나를 쫓아내셨어. 나오기는 내 발로 놔왔지만, 지금 돌아간다면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실 거야." 코요테는 혼잣말을 하며 자기 판단을 점검해 보았다. 그는 비행기에 내려서도 할머니에게 왔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마을로 갔다. 그곳은 할머니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그의 고향은 알래스카의 북서쪽 해안가에 있었는데 그곳에는 전통적으로 사냥을 하며 목숨을 이어 온 이누잇이 모여 살고 있었다. 타이가라는 삼림 지대와 툰드라라고 불리는 초원 지대를 모두 끼고 있어 사냥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었다. 게다가 바다까지 함께 있으니 최고의 사냥터를 앞뒤로 둔 셈이었다. 자신의 아.. 2020. 5. 1.
'끈기' (5) - 고향으로 코요테의 이런 행동에 대한 소문이 딜러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어느 날 코요테가 공사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한 딜러가 찾아왔다. "자네가 코요테인가?" "예, 그렇습니다." "흠, 난 수입 자동차를 취급하는 딜러일세. 로버트라고 부르게." "아, 예. 혹시 저를 세일즈맨, 그러니까 자동차 영업 사원으로 채용하려고 오신 건가요?" 코요테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딜러는 코요테를 뜯어보더니 명함 한 장을 건네며 쌀쌀하게 거절했다. "아니, 아니야. 나는 지금 자네를 세일즈맨으로 채용할 생각이 없네." "그럼, 왜 저를 찾아오셨죠?" "자네의 미래를 사기 위해서 찾아왔네." "제 미래를 사려고 오셨다고요? 에스키모, 그러니까 '고기를 날로 먹는 사람'이라고 미국인들이 부르며 경멸하는 .. 2020. 5. 1.
'끈기' (4) - 기회 그러던 어느 날, 코요테는 쓰레기통에서 새 책 한 권을 주었다. "이게 뭐지?" 그는 책 어딘가에 1달러짜리 지폐라도 끼워져 있을까 싶어서 이리저리 뒤져 보았지만 아무 데도 지폐는 없었다. 그는 책을 쓰레기통으로 다시 던져 버렸다. 바로 그때 묘한 기분에 이끌렸다. 그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누잇의 전통 언어보다 영어에 더 능숙해진 터라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흠, 이런 사람도 있구나.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군." 그 책에는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원인 조 지라드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조 지라드가 어떻게 어려움을 딛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지를 전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다. "그래, 나도 세계적인 자동차 판매원이 되어 보는 .. 2020. 5. 1.
'끈기' (3) - 가출 그 이누잇 가운데 코요테가 있었다. 코요테는 일찍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 아버지는 물개 사냥을 하다가 빠져 죽었고, 어머니는 아버지 대신 순록 사냥을 나갔다가 곰에게 물려 죽었다. 그래서 코요테는 일찍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북극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원주민 마을에서 살았다. 마을은 꽤 현대화되어서 나무판자로 지은 집들이 모여 있었다. 집집마다 지붕은 빨간색이나 파란색 같은 원색이었다. 코요테는 그곳에 머물며 여러 계절을 보냈다. 예전에 원주민들이 철 따라 순록을 쫓아 옮겨 살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코요테가 성인이 될 무렵, 할머니는 전통을 따라서 손자에게 자립심을 키워 주기로 결심하였다. 그래서 역시 전통에 따라 코요테에게 마음에 없는 말을 하게 되었다. "코요테, 나는 너를 더 이상.. 2020. 5. 1.
'끈기' (2) - 북극 풍경 북극에 가까운 알래스카의 툰드라 지역. 그곳에서 여름을 나던 순록과 무스는 한여름 내내 모기에 시달릴 일이 두려워, 지천으로 널린 신선한 풀을 두고 서늘한 북쪽으로 피신을 했다. 지난해 겨울, 맹렬한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여름이 된 지금은 다시 모기를 피해 북쪽으로 서둘러 떠난 것이다. 떠나지 않는다면 극성스럽게 달라붙는 모기 때문에 새끼들이 틀림없이 죽고 말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은 늑대 무리도 마찬가지였다. 늑대 무리는 여름 동안 새끼를 기르며 모여 살다가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알파라 불리는 두목부터 가장 서열이 낮은 새끼 늑대까지 긴장하고 있었다. 만약 순록과 무스 무리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굶어 죽을 것을 그들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대체로 .. 2020. 5. 1.
'끈기' (1) - 서 서 늑대는 살기 위해 사슴을 쫓고, 사람은 살기 위해 성공을 쫓는다. 그러나 늑대는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사슴을 잡고, 사람은 끈기 한 가지가 없어서 거의 모든 면에서 성공을 놓친다. 2020. 5. 1.
'끈기' (0) 소개 이 책은 2008년 11월 12일에 '크리스타'라는 출판사를 통해서 펴낸 것입니다. 제가 이야기책을 쓸 때 쓰는 필명인 '우제용'을 저자로 표기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끈기 있는 새우는 고래도 잡는다'입니다. 그런데 일부 서점에서는 부제를 제목과 합쳐 '끈기: 끈기 있는 새우는 고래도 잡는다'처럼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 부제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쓸 데 없이 달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저 '끈기' 한 마디면 족할 것을 굳이 책 내용을 더 드러내보겠다고 욕심을 부렸던 것 같습니다. 교보문고에 가면 이 책의 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605.. 2020. 5. 1.
'표현' 인공지능 분야에서 표현(representation)이란 정말 중요한 용어입니다. 하지만 이 용어 자체가 난해한 면이 있으므로, 이 낱말을 이해할 수 있게 먼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옷을 살 때 우리는 옷감의 재질, 바느질 방법, 모양, 형태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옷이 우리 몸 치수에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옷에는 치수(요새는 '사이즈'라고들 많이 부름)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치수가 지금은 거의 미터법으로 통일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라지(L)/엑스라지(XL)/투엑스라지(XXL)와 같은 식으로 부르거나, 24/26/28/30/32/34 인치 등으로 부르거나 55/66/77/88 사이즈라는 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터.. 2020. 5. 1.
'만물 지능 사회' 이미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라는 용어가 널리 회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사물인터넷의 범위가 확장되어 세상의 모든 사물(즉, 만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상황을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IoE)'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물이라는 용어가 정확히 '모든' 사물을 의미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연결할 수 없는 사물, 연결해서는 안 되는 사물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만물이라는 용어는 '거의 모든' 사물이라거나 '비교적 많은 사물'이라는 개념을 나타내는 용어로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므로 만물인터넷이라는 거의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한 상황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사물에 인공지능이 넣어진다면, 다시 .. 2020. 4. 20.